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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딜 가나 고만고만한 남녀의 사랑타령은 비슷한건지 별 색다르지도 않았지만,


프랑스 영화라고 기대했던 영상미는 오히려 충격적.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노추하고, 지저분하고, 역겹고, 무력하고, 정신병자적이고...


근데 그게 또 미화하지 않은 인간 본래의 모습인가 싶기도 하고.


한국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었으면 분명 남주나 여주나 그 와중에 잘생기고 폼잡고 하여튼 미화를 했겠지.


어쨌건 아름다운 건 후반의 퐁네프 다리 하나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보게 된 이유는,


이 막장스러운 커플이 어떻게 끝나게 될까? 하는 기대때문이었는데.




특히 남주 알렉스는 아주 답도 없다.


어쩔 수 없이 다리에서 노숙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다리에서 노숙하는 생활을 선택하는 캐릭터다.


현실 개선 의지가 전혀 없으며,


그러면서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니까 이 여자도 다리에 붙잡아 두려고 뒤에서 온갖 꼼수를 부리질 않나,


심지어 여자 눈이 멀게 생겼는데도 치료받으러 가지 못하게 방해하려다 멀쩡한 엄한 사람을 해치질 않나.



여주 미셸 별반 다르지 않다.


요즘 말로 하면 어장관리라고 해야 하나, 오락가락. 


둘다 정서적으로 결핍된 철부지 거지...?


사랑이라고 포장을 하긴 하는데, 누가봐도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고, 욕심.


이렇게 생각하다 문득, 하긴... 20대 초반에 


정서적으로 발달해봤자 얼마나 성숙하겠으며, 얼마나 성숙한 사랑을 하겠으며,


20대 초반에 돈이 있어봤자, 거지와 다를 게 뭐지. 싶은 생각이 듦.


20대 초반에 경제활동을 시작한다고 봤을 때 거지여야 하는 게 맞지. 물려받은 건 자기가 번 게 아니니.


불안하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게 이상할 게 없는 나이대이긴 하지.



그나마 엔딩쯤에 가서는 둘다 기존의 생활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찾아 함께 나아간다는 결말로 


비로소 사랑의 성장을 암시한다.


뭐,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여간해서는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는 건지 못하는 건지 싶은 한국 문화에서는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기 어려울 듯.


낭만이니 로맨스니 하는 것보다


성장 영화로 보였다.


포스터 보고 기대했던 그림과는 전혀 달라서 당황스러웠던 영화.






-영화정보-

퐁네프의 연인들 (The Lovers On The Bridge, 1991)

멜로/로맨스125분 프랑스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레오 까락스

배우:

줄리엣 비노쉬-미셀 역

드니 라방-알렉스 역

클라우스 마이클 글러버-한스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