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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그림 그리기가 좋았다.

소질도 없었고 노력도 안해서 당연히 실력을 논할 거덕지도 없는,

낙서지만, 그럼에도 끄적끄적 낙서를 그리는 게 좋았다.


그땐 몰랐지만, 창작의 재미란 그런 소소한 곳에도 있었던 거다.


그냥 점, 선은 아무것도 아닌데, 조금씩 만져주면, 좀 더 뭔가 하면,

사람도 되고, 동물도 되고, 상상속에만 있는, 뭔가가 되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게 재미진 거였다.

그게 좋았던 거다.


뭐든 그런 것 같다. 


프로젝트도 처음부터 지금까지 생각해보니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점점 여러사람의 손을 거쳐서

그러면서 뭔가 만들어 지는 거.

형태가 조금씩 그럴싸해 지는 거.

그런 걸 보면. 보람이라고 느끼는 거겠지.


그러다 그런게 점점 중요해 지면

공부를 못하거나, 일을 못하거나 하면 재미도 없고,

살 가치가 없는 것 같고.



그런데, 그런 보람이나, 성과나, 기쁨이나, 보상이나... 그런 모든 것들이 너무 좋은데,

좋은 만큼 결국 허하게 되는 것 같다.

그것들은 바람이나 파도처럼 밀려왔다 지나가는 것들이라.


그래서 일희일비하게 되고. 조울증처럼. 마음을 다스릴 수 없고.

채워짐과 허전함의 갭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것들로 채우려고 중독이 되어가고 그러는 것 같다.

중독이라고 꼭 알콜이나 니코틴이나, 어떤 약물 뿐 아니라,

게임이나, 스포츠나, 영화나, 만화나, 사치나, 사람이나,

일이나, 등등등 



자식이나 애인이나 사람 관계에 집착하다 욕심만큼 안 되면 또 재미가 없고 살 가치가 없는 것 같고...


점점 집착하고 중독하게 되는 게 많아진들

그런 것들이 다 영원한 것이 아니니까.

물론 사람도 영원하지 않지만, 그래도 사람은 마치 영원을 사는 것처럼 사니까. 사는 동안엔.

근데 그런 것들이 주는 재미와 보람과 성과나, 보상이나, 기쁨이 모두 순간적이라 

다시 채워짐과 허전함을 번갈아 겪다 보면 그런 갭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생각하게 되거나 하는 것 같다.

다 허무해지니까.


그래서 살 바에는 변치 않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살라고 종교에서 가르치게 된 것 같다.

그런 게 즐기긴 하되 받들지 말아야 할 우상인가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