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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별 후기를 다 쓰네?


고해성사 후기다.




종교의 역할과 영향이야 사회, 문화, 경제, 정치, 역사 두루두루 빼놓을 데가 없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종교 생활은 유익한 면이 많았던 것 같다..


직접 열심히 종교 활동을 한 시기를 따지자면 한 4~5년 밖에 되지 않지만,


그 짧은 시기의 스스로를 돌아보면 확실히 비종교인이었을 시절과는 좀 달랐던 것 같다.


한국에는 다양한 종교가 있는데,


그때는 천주교 및 가톨릭으로 불리는 교회 단체에 소속되어 있었다.




첫째고해성사 체험



고해 성사가 뭐냐고?


주로 미사를 드리기 전, 좁은 상자같은 방에 들어가서 건너편에 비좁게 앉아 계신 신부님을 두고, 예수님 앞에 잘못한 일 반성하고 고백하고 용서 받는 의식.


이것이 본인이 개인적으로 이해한 고해성사다. 

(정식적인 지식은 가톨릭 교회에 문의를...)



다른 신도들 사정은 모르지만, 본인은 4~5년 동안(세례받기 전은 제외하고) 예배드리기 전에 고해성사를 거르는 일이 없었다.


뭐, 솔직히 말해 거를 수가 없었지.


가만히 고요속에 앉으면 죄 짓지 않은 것이 없었으니..




.. 지금 생각해도 살짝 빡센 게 뭐냐면, 이게 혼자 속으로 반성하고 죄송합니다-하고 말면 좀 쉬울 것 같은데, 아니, 그 좁아 터진 곳에서 신부님 코앞에다 대고 죄를 일일이 입밖으로 꺼내 말하려니... (궁금하면 해보셈)



게다가 그 당시, 잘못이야 여러가지 각종 세트로 두루두루 했겠지만, 특히나 식은땀 나는 죄는... 음란죄(?).. 


어이쿠 평생 금욕 중인 신부님 뫼셔다 놓고 이런 말씀드리기 정말 민망하긴 합니다만, 제가 실은 음.. 음.. 음란......


후.....


그당시 BL이라는 문화에 지나치게 흥취하여가지고 좀 끊고(?) 싶긴 한데... 


아무튼 그리하여 이런걸 거의 매 주마다(혹은 격주로?) 하려니..


그치만! 예수님 이 죄 많은 만화책을 좀 보시라고요!!


...



아무튼, 이건 일부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돌아보니 그시절 그 시간이 유익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나'의 기준에서가 아닌 자기 반성,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다는 것이, 솔직히 비종교인 시절에는 어림도 없는, 인연이 없는 개념이었다.  


기준이 '나', '법률', '주위 시선', '윤리도덕' 뭐 대략 이정도 있던 것에서 예수라는, 가톨릭이라는 새로운 룰을 따르기로 했으니, 새로울 수 밖에.

 

 


그런데 부담스럽고 어쩔 땐 괴롭기만 했던 이 고해성사가, 정기적으로 주기적으로 자기를 돌아보고 반성한다는 면에서 좋은 영향이 있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점점 스스로를 좀더 건강한 방향으로 향하게 한다는 느낌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진짜 고해성사 안해도 될만큼 시간을 잘 활용하고 한 주 잘 보내보고 싶었는데 또 어김없이 고해성사 박스에 들어가 앉았는 자신를 보면서, 그게 죄든 죄가 아니든, 원하든 원치않든 온갖 욕망과 자신의 의지 아닌 무언가에 휘둘리고 허덕이는 게 인간이구나... 하고. 거의 처음으로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을 통감하고, 어떤 면에서 실망하고, 어쩐지 예수(구원자)의 존재 이유가 느껴지기도 했다.




아무튼, 언제부턴가 고해성사는 1주일에 한번씩 하는 목욕같은 존재라고 해야 하나.


물론, 6일동안 죄짓고 하루 기도하고 아 죄씻김 받았어 오 상쾌~ 하자는 뜻은 아니고


일상 생활에서도 아무리 예쁜 여자든, 멋진 남자든, 아이든, 어른이든, 우리가 아침 저녁으로 세수하고 발닦구 샤워하고 이를 닦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교회는 (물론 외적인 생활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내적으로도 그렇게 점검해보고 닦아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려주고 그 훈련을 하게 해준 것 같다.


그 후로는 살면서 어느 종교든 건전한 종교 생활을 해보는 거, 괜찮겠는데?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