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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피크가 터지기 전, 강도는 약하지만 장기간 괴로웠던 적이 과거에 있었다.

벌써 오래 전인데, 지금처럼 연예인 등의 공개로 불안증이니 공황증이 알려지기 전이었고, 난 당연히 시험이나 면접 전에 느끼는 불안이나 스트레스가 좀 심화되었다거나 만성화된 정도로만 대충 그러려니 했었다.

 

이번처럼 강렬한 신체화 증상이었다기 보다는, 답답함 어지러움 기분나쁨 불안 초조 탈력 등, 심리적 증상이 컸다.

 

초기엔 그분이 오시는 장소나 시간은 거의 정해져 있었다. 첫 발현이 퇴근 시 전철 내. 

피곤해서인줄 알았던 이 증상이 다음날 아침부터 출근 때 전철만 타면 시작되었다. 

전철 문이 닫히면 숨이 막히는 것 같아서 두 세 정거장을 못 버티고, 내렸다가 다음 전철 타고... 또 내렸다가 타고... 당연히 이날 처음으로 지각을 했고, 다음 출근때부터는 집에서 아예 1시간 일찍 출발... 

좀 미련한 게 병원갈 생각은 안했었다. 그때도 여름이었고, 더위먹은 증상이겠거니 했던 것 같다. 혹은 단발적으로 끝날 줄 알았지.

 

그 후로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잦아졌다. 출퇴근 시 전철 뿐 아니라 버스, 식당, 영화관, 길거리 어디서든 언제든 그분이 오셔. 너무나 당황스러워서 약국에서 청심환을 몇 번 사먹은 게 다인데, 효과 하나도 없었다.

 

당연히 교우관계 인간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만나자는 약속이 잡힐때부터 버스 이번엔 잘 탈 수 있을까, 이런 밑도끝도 없는 말도 안 되는 두려움을 느끼는 본인이 한심해진다.

친구들이랑 있을 때 나때문에 분위기 망치면 어쩌나 하는 부담. 

생각하다 짜증과 우울 초라함 무기력에 빠지고 만남 자체가 벅차고 울적해졌다.

 

그러다 결국 문 앞 까지도 못 나가겠을 만큼 발전되었지만 집안이나 누구한테 말할 상황이 아니었다. 

한동안 집밖 나가는 것도 잘못나가다가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겠지 싶어서 쓰러져도 나가서 죽자 이러고 버스 적응 훈련 돌입.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공포증 극복 훈련같은 개념이었다.

 

 

버스를 무작정 타고 3정거장씩만 늘리자 이런 식으로. 당연히 처음엔 버스에 오르기만 해도 화장실 가야할 것 같이 불안하고, 어지럽고, 토할 것 같고, 근데 그냥 꾹 눌러 참았다. 차라리 쓰러지든가! 이러면서. 그러다 시내버스 종점까지 타고 간 날은 좀 울었다 혼자 기뻐서 -0-.

 

사실 불안증, 공황증이라는 단어는 몰라도 공포증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공포증이 아닐까 의심스럽긴 했지만, 그때 무슨 보험을 붓고 있었는데, 잘은 모르지만 대충 알기로 신경과나 정신과 가면 보험사에 뭐 또 알려야 하고 그런 절차가 있다길래 이까짓꺼 가지고- 번거롭게 라는 생각도 없지않아 있긴 했던 것 같다. 결국은 그저 내가 나약해서 이런다는 생각이 있어서 감추었고, 그게 고립과 외로움을 자초한 것 같다.

 

 

 

 

암튼, 그 후로도 꽤 오랫동안 내심 불안을 안고 살긴 했는데, 그래도 출퇴근 교통은 버틸만 했다. 회사 집 회사 집만 오가는 길은 익숙해서 불안이 덜했으니까. 근데 지역 밖으로는 갈 엄두가 안나긴 했다; 그리고 이 시기에 불면증은 또 엄청 심해서 처음으로 수면유도제를 사서 거의 1년 내내 먹은 시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이사를 하고 다른 일을 하면서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가, 한참동안 불안증도, 불면증도 없이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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