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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객 김광석님이 나가부치 쯔요시상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했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아는 사실이고 본인 또한 그런가보다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사실 김광석씨가 왜 나가부치 츠요시를 존경했는지 이해는 가지 않았다. 나가부치 쯔요시님이 훌륭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미지가 너무 다르잖아... 한국 네이버나 다음 검색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나가부치 쯔요시의 의미지란... 김광석씨의 이미지로 보나 곡으로 보나 너무도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가부치 츠요시는 주로 런, 간빠이, 톤보의 이미지가 유명하고 그 후로 마초(?) 형님 이미지 일로를 걷고 있다. 하지만 긴머리 시절의 나가부치 츠요시 음악을 듣자마자 충분히 납득하게 된다.



김광석씨의 생전에 인터뷰 했던 기자님의 글에 따르면 당시에도 김광석 작사작곡인 일어나를 두고 업계에서는 표절까지는 아니더라도 나가부치 쯔요시의 아류(?)가 아닌가 하는 차가운 시각이 있었다고 하는데, 준렌카나 굿바이세슌(굿바이 청춘)을 듣고 보면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물론 느낌이 비슷하다고 표절이라거나 곡이나 노래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얘긴 아닐테고, 영향을 받아 성장한 후 한 껍질 벗었을 때는 어떤 노래를 만들고 불렀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긴머리에 갸냘픈 몸에 기타 하나 하모니카 하나로 순연가를 불렀던 나가부치씨가 런을 부르는 중년 아재로 변해왔듯 말이다.



지금이야 노래를 잘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것이고, 대부분의 가수가 곡을 받아 노래만 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당시 시대적 상황이나 업계와 대중의 인식이 포크싱어송라이터는 작사작곡노래가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점을 생각하면, 작사작곡에 한계를 느꼈던 김광석 본인이 전곡 작사작곡노래하는 나가부치 쯔요시의 자유분방하고 진솔하게 표현된 가사의 곡들을 들으며 어떤 마음이었을지.



[참고기사](전략)3주일쯤 전 나는 홍대 앞의 ‘블루스 하우스’에서 그를 인터뷰하고 있었다. 물론 그보다 10년쯤 전부터 그와 난 알고 있는 사이였고, 또 노찾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어정쩡한 동료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사이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마이크 없이 노래를 불렀어!” 왜냐하면 나는 그가 뛰어난 대중적 친화력을 가졌지만 90년대 한국 포크음악의 계승자이자 수호자가 되기에는 포크 아티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인 작사·작곡 능력이, 그리고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통찰력의 깊이가 좀 결여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계속 비판해댔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마지막 정규 앨범이 된 네 번째 앨범의 머리곡인 ‘일어나’가 일본 뮤지션 츠요시 나가부치의 노래를 표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었기 때문에 분위기는 냉랭할 수밖에 없었다. 낮부터 술 한잔씩을 곁들이면서 시작된 인터뷰 분위기는 저녁으로 접어들어 점점 취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바에 앉은 그의 옆모습이 피곤해 보였다. 그는 문득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다시 듣고 싶다! 김·광·석 생전 그가 남긴 다이어리와 각종 앨범들. 그의 유일한 혈육인 딸 사진이 보인다. “형, 나 포크뮤지션 아냐. 그냥 가수야.” 못 살게 구는(?) 어설픈 평론가에 대한 섭섭함보다는 80년대의 한복판을 관통해온 그의 내면적 고뇌가 느껴졌다. 이 말을 내뱉을 때 그의 표정은 너무나 간절했다.(후략)